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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백신이 단순히 발진을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심혈관 질환의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 127만 명을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 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평균 2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여부와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8년간 추적했다. 특히 남성, 60세 미만, 흡연이나 음주 등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지닌 집단에서 위험 감소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왜 대상포진 백신이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될까?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고령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피부 발진과 함께 심한 신경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혈관 염증과 혈전 형성을 초래해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하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은 “대상포진이 심장 박동 이상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백신 접종이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젊고 면역력 좋은 사람에게 더 효과적? 연구진은 면역 반응이 활발한 젊은 성인이나 남성의 경우, 백신의 효과가 특히 뚜렷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씨는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만성 질환 위험까지 낮춘다면, 백신은 더 강력한 공중보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계도 존재…사용된 백신은 구형 생백신 이번 연구에 사용된 백신은 2020년 이후 미국에서 중단된 구형 생백신으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킨 형태이다. 현재는 ‘싱그릭스(Shingrix)’라는 2회 접종 재조합 백신이 사용되고 있으며, 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백신은 2023년 캐나다에서도 중단되었다. 캐나다 보건부 웹사이트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백신 정보를 확인하세요.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행동 차이, 연구 해석 시 주의 필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탠퍼드대 의대 파스칼 겔트세처 교수는 “접종을 선택한 사람은 건강에 더 관심을 갖고 행동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소득,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 등 여러 변수와 병원 방문 빈도, 약물 복용 여부 등도 통제했다. 하지만 겔트세처 교수는 “식단, 운동, 다른 백신 접종 여부 등은 대규모 데이터 연구에서는 반영이 어려울 수 있다”며, 무작위 임상시험 기반의 후속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상포진 백신, 치매 예방 효과도? 이번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의 건강상 이점을 밝힌 여러 연구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4월, 겔트세처 교수팀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률이 20%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13년 웨일스의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자연 실험’을 통해 도출됐으며, 정부가 특정 출생일 이후 성인만을 접종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시간 기반 비교 분석이 가능했다.
겔트세처 교수는 “대상포진은 신경계 전체에 염증을 일으켜 장기적인 신경통뿐 아니라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이 단순한 감염병 예방을 넘어, 심혈관과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다만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하고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후속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