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약물 내성 세균(슈퍼박테리아)의 확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명을 구하는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경미한 감염이나 상처도 치명적이 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WHO가 7일 발표한 ‘2023 항생제 내성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실험실에서 확인된 세균 감염 사례 6건 중 1건은 항생제 치료에 내성을 보였다. 이는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세균이 스스로 내성을 키우며 치료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WHO 항생제 내성 부서 책임자 이반 J-F. 후틴은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심각한 경고 신호”라며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면서 기존 치료 옵션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는 인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요로·혈류 감염 내성 급증”… 일반 감염도 위험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감시 대상 항생제의 40% 이상에서 내성이 증가했으며, 연평균 5~15%씩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요로 감염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30%를 넘었다.
조사 대상 8종의 주요 병원균 중 대장균(E. coli)과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의 내성이 가장 높았다. WHO는 “전 세계 대장균 감염의 40%, 폐렴간균 감염의 55%가 1차 치료제인 3세대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패혈증이나 장기 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항생제 내성이 현대 의학의 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 모든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저개발국일수록 ‘감시 사각지대’… 데이터 절반 미보고 WHO는 이번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 감시 체계의 개선을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48%의 국가가 관련 데이터를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틴 책임자는 “감시 체계가 취약한 지역에선 실제 상황을 거의 알 수 없다”며 “이곳이 내성 확산의 진원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성률은 동남아시아와 동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높았으며, 감염 사례 3건 중 1건이 내성을 보였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감염의 20%가 내성균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WHO 항생제 내성 감시 부서의 실비아 베르타뇰리오는 “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진단과 치료 역량이 낮아 내성이 높게 나타난다”며 “이들 지역에서는 심각한 감염 환자만 진단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파이프라인 고갈… 인류에 미래의 위협” WHO는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 속도에 비해 새 항생제와 진단 기술의 개발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틴은 “항생제 사용 증가, 내성 증가, 그리고 신약 개발 정체가 겹치며 인류는 위험한 조합에 직면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에는 단순한 감염조차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