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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질문—‘적은 원두로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는 없을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Penn) 물리·생물학 연구실의 과학자들이 이 흥미로운 물음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푸어오버(핸드드립) 방식의 커피에서 관건은 ‘물을 얼마나 높은 곳에서 붓느냐’에 달려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Physics of Fluids에 최근 게재되었다.
커피 원두 공급난에서 시작된 실험 최근 몇 년간 열대 지방에 계속된 악천후로 인해 아라비카 원두 공급이 어려워졌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마티센(Matthiesen) 연구실은 이 상황에서 ‘적은 원두로도 풍부한 맛을 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의 핵심은 ‘추출 효율(extraction efficiency)’을 높이는 것. 이는 커피 가루와 물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동 저자인 마고 영(Margo Young)은 “커피의 풍미는 물과 커피 가루가 접촉할 때 나옵니다. 따라서 푸어오버 과정에서 이 접촉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커피 대신 투명한 모래로 실험 연구진은 커피 가루 대신 투명한 실리카 입자를 사용해 실험을 설계했다. 고속 카메라로 물이 입자 사이를 어떻게 흐르고,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물을 높은 곳에서 일정한 압력으로 부으면, 커피 가루가 섞이며 ‘눈사태 효과’를 일으켜 더 균일한 추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푸어오버 방식에 구즈넥 주전자(gooseneck kettle)를 사용해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천천히 붓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방식은 실제 커피 실험에서도 높은 추출 효율을 보여주었다.
적은 원두로도 맛은 그대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줄기의 유속과 붓는 높이만 잘 조절해도 원두 양을 줄이고도 감각적 풍미는 유지할 수 있다. “원두를 더 많이 쓰는 대신, 추출 조건을 조절해 풍미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이는 커피 원두 수요가 급증하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높은 곳에서 부으면 물줄기가 공기와 섞이며 물방울 형태로 변하고, 이는 추출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도 경고한다.
커피를 통해 보는 물리학의 확장 연구를 이끈 아놀드 마티센 교수는 “이 연구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기존에 진행하던 다른 실험에서 활용한 기술을 커피라는 일상적인 대상에 적용해 본 것인데, 커피는 유체역학을 탐구하기에 매우 적합한 모델 시스템입니다.”
마티센 교수와 영 연구원은 이번에 발견된 역학적 원리가 폭포, 댐, 정수 시스템 등 더 큰 스케일의 침식 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한 실험이, 결국 환경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천천히 붓는 커피 한 잔 — 물리학으로 맛과 비용을 모두 잡는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