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하는 부동산시장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정부가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 물량이 공급되기까지의 시차로 인한 공급 절벽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6월 지방선거라는 대형 정치 변수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혼재하는 분위기다.
이에 본보는 각종 부동산 통계를 비롯해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2026년 올 한해 부동산시장 방향성과 흐름을 진단해봤다.
`공급 절벽`에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상승 `전망`
올해 부동산시장은 기초 체력을 결정하는 공급 지표에서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7만227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당장 2025년 입주 물량인 23만8372가구와 비교해 약 28% 급감한 수치로 최근 수년간 이어진 연평균 공급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 입주 물량은 8만1534가구로 전년보다 27% 줄어들며 시장의 수급 쇼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의 경우, 입주 예정 물량 역시 1만6412가구로 예상되면서 전년 대비 48%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해당 물량의 87%인 1만4257가구가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인 만큼 사실상 청약 등을 통해 일반 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순수 공급 물량은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와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역시 공급 부족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택, 이천, 파주 등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경기 전체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18% 줄어든 5만361가구에 머물 전망이다. 인천 또한 검단신도시 등 주요 택지지구의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22% 감소한 1만476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시중 유동성과 공급 절벽이 맞물려 2026년에도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봐도 서울 집값은 19년 만에 최대치인 8.48%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송파구(20.52%)와 성동구(18.72%)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 쏠림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다.
2025년 12월 기준 새 매매 기록도 속속 등장했다.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전용면적 84㎡ 기준 42억7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성동구 `트리마제` 역시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같은 달 53억 원에 매매되며 종전 최고가인 49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공급 물량이 더 감소한 상황에서 집값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주택 공급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반응은 지역별로 점진적이고 차별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방어 기제가 강하게 작동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임대차시장은?… `전세 대란`과 `월세화 가속`
하지만 매매시장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곳이 있다. 바로 임대차시장이다.
다수 전문가는 2026년 수도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며 서민 주거비를 압박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발표에서 매매가격은 약 2% 오르는 데 그치지만, 전세가격이 3% 수준의 상승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유사한 흐름을 제시하며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률을 2%대 중반으로, 전세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3% 후반대로 전망했다.
KB부동산 통계만 봐도 2025년 12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이미 6억6598만 원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12억7226만 원에 달한다.
수도권 내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과 규제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ㆍ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주택 매수자에게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고, 이로 인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차단되며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자료를 보면, 이달 2일 기준 서울의 전월세 매물은 4만3668건으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약 4.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10ㆍ15 대책 발표 이후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025년 10월 20일 기준 99.4에서 12월 넷째 주 100.3으로 상승하며 수요 우위를 가리킨다. 수도권 역시 같은 기간 101.2에서 102.1로 올랐고, 서울은 103.9에서 104.9까지 상승해 전세 수요 압박이 더욱 뚜렷해졌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기준선(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로, 매물 감소와 함께 전세 수급 여건도 점차 타이트해지는 흐름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늘어난 월세는 전통적인 월세라기보다 보증부 월세 등 변형된 전세에 가까운 형태로 볼 수 있다"며 "시장 전체가 곧바로 월세 중심으로 전환되기보다는 준전세 형태가 늘어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점진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서 "올해 상당수 전문가가 전월세 가격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될수록 무주택자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등 임대차시장 전반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양극화` 시대 고착화 속 올 6월 지방선거 `변수`
이처럼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2026년 부동산시장의 최대 외부 변수로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제9회 지방선거가 꼽힌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논의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와 세제 개편 방안은 시장 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지방선거는 정책 인ㆍ허가권을 쥔 시ㆍ도지사를 뽑는 대형 이벤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선거 전후로 논의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여부 역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요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흥미로운 점도 있다. 올해 실수요자의 향후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2026년 주택 매입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 목적 역시 시세 차익보다는 전ㆍ월세에서 자가로의 이동, 거주 지역 변경 등 실거주 수요가 중심을 이뤘다. 이는 규제와 양극화 환경 속에서도 검증된 입지와 감당 가능한 가격대에서는 매입 판단을 서두르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결국 종합하면 2026년 부동산시장은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전제를 바탕으로, 규제 기조와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책 변수에 따라 단기적 변동성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거래 위축 속에서도 입주 물량이 제한된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선별적으로 움직이며, 지역 간 양극화가 고착되는 양상 역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수요자 역시 단기 시장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공급 여건과 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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