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희귀 돌연변이를 지닌 무증상 정자 기증자의 정자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약 200명의 아이가 태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덴마크 공영방송 DR은 이 기증자의 정자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4개국 67개 병원에 판매됐으며, 덴마크에서만 99명의 아이가 그의 정자를 통해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증자는 ‘켈드(Kjeld)’라는 가명을 사용해 익명으로 활동해 왔다.

 

■ 2020년 첫 암 진단…그러나 정자 판매는 재개

세계 최대 정자은행 중 하나인 유럽정자은행(ESB)은 2020년 4월, 기증 정자를 통해 태어난 한 아이가 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 아이에게 TP53 유전자의 희귀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ESB는 이후 기증자의 정자 샘플을 검사했지만 해당 돌연변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검사 기간 일시 중단됐던 정자 판매가 곧바로 재개됐다.

 

그러나 3년 뒤, 동일한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 중 최소 한 명 이상이 또다시 암 진단을 받으면서 정자은행은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여러 샘플을 재검사한 결과, 기증자가 건강한 상태임에도 정자 세포 일부에만 존재하는 TP53 돌연변이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ESB는 2023년 10월 해당 기증자의 정자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 “극히 희귀한 돌연변이…기증자에게는 영향 없어”

덴마크 환자 안전 당국은 AFP에 총 99명의 아이가 덴마크 내 클리닉 시술을 통해 출생했고

이 중 49명은 덴마크 거주 여성, 50명은 해외 거주 여성에게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ESB는 성명을 통해 해당 돌연변이는 보고된 적 없는 희귀 TP53 변이, 정자 세포 일부에서만 발견, 기증자 본인에게는 발현되지 않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사전 유전자 검사로는 이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난 모든 아이가 돌연변이를 보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SB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7만 명 이상의 출생을 지원해 온 세계 최대 규모의 정자은행이다.

 

■ 국가 간 규제 공백 드러나…“출산 수 제한은 국가별로 제각각”

유럽 국가 상당수는 기증자 1인당 출산 가능한 자녀 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기증이 국경을 넘어 이루어질 경우 적용되는 국제적 통일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2022년 말, ESB는 자체 기준을 강화해 기증자 1명이 기여할 수 있는 출산 가족 수를 최대 75가족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